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마스크 해제를 반대하는 1인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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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 잘못은 말야, 우리 엄마 딸로 태어난 거야. 다들 우리 엄마 알 거야. 90년대에 어린애들 덜덜 떨게 한 여자. 밤에 혼자 걸어다니는 애들한테 자기 예쁘냐고 물어놓구 입 찢어버린 그 여자.

난 엄마랑 달라. 난 누굴 해치지 않아. 하지만 엄마 딸이라서 엄마랑 똑같이 생긴 걸 어떻해. 딱 우리 엄마처럼 입이 양 옆으로 찢어진 걸 어떻해. 그게 내 잘못이야?

빨간 마스크. 그래, 그게 내 이름이야. 나는 평생 마스크를 끼고 살았어. 귀밑에서 귀밑까지 길게 찢어진 입 땜에. 내 입만 보면 사람들이 기겁을 했거든. 소리 지르고 도망갔거든. 그리구 뒤에서 손가락질했어. 메기입, 여자 조커라고 별명도 붙이면서. 그리구 몇년 전엔 베놈이라고도 하더라? 다들 ㅈㄴ 크리에이티브해, 진짜.

난 아무도 해치지 않는데 그 엄마에 그 딸년이라며 다 나를 범죄자 취급했어. 그래서 학교도 제대로 못 다녔어. (그니까 맞춤법 틀려도 욕하지마.) 무서워서 집밖에도 못 나갔는데 학교는 무슨. 너무 답답하면 그나마 눈에 안 띠는 밤에 나갔어. 낮에 나가면 그렇게들 내 마스크를 쳐다 봤으니까. 마스크 첨 보는 것도 아니고, 공사장, 병원 가면 다 쓰는 게 마스크인데 뭐가 그렇게 신기하다고. 너희들은 그 힐끔거리는 눈을 알아? 그 드러운 눈? 모르면 한 번 당해봐. 정말 안 살고 싶어지니까. 물론... 이 모든 건 2년 전 얘기지만.

2020년, 내가 스무 살이 되던 해에 내 인생 처음으로 희망이란 게 찾아왔어. 마치 내 스무 살 생일을 하늘이 축복해 준 듯이. 전 세계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게 됐으니까. 어딜 가든, 더우나, 추우나. 내가 평생 그랬던 것처럼. 다들 불편해 죽겠다, 숨 못쉬겠다고 난리를 치는데 ㅈㄴ 고소하더라? 웬지 내 고통을 이제서야 이해받는 느낌도 들고?

난 코로나한테 매일 감사했어. 세상에 나갈 수 있게 해줬거든. 주늑 들지 않고 떳떳하게. 그것도 환한 대낮에. 아무도 마스크 쓴 나를 이상하게 안 보는 게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. 처음으로 살 것 같았어. 글구 남들이 턱스크할 때 나는 제대로 쓰고 있으니까 모범 시민 대우도 해주더라. 천국에서 새로 태어난 기분이랄까? 또 진짜 웃긴게 나보고 내 빨간 마스크 어디서 샀냐고 묻는 사람도 많았어. 예쁘다고 ㅋㅋ 뭐 요즘은 컬러 마스크가 색깔 별로 나오긴 하지만.

왠만하면 이런 소리 안하려구 했는데, 다들 막 실직이다, 사회적 고립이다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코로나 떔에 죽겠다고 하니까 난 쫌 웃기더라. 뭐가 그렇게 살기 힘들다고. 난 평생 그랬는데. 난 사실 코로나 덕분에 알바를 시작했어. 마스크 안 쓰던 시절엔 상상도 할 수 없던 거야. 면접은 비대면으로 전화로 하구 가게에서 마스크 안 벗으니까 사장님이 더 좋아하시더라. 우리 편의점이 여대 정문에 있는데 내 또래 애들 구경도 하고 교대하는 다른 알바생이랑 쫌 친해지기도 했어.

나는 신에게 매일 기도했어. 코로나 제발 사라지지 않게 해달라구. 계속 이렇게 살게 해달라구. 백신이 처음 나왔을 땐 가슴이 철렁했어. 이렇게 팬데믹이 끝나고, 이제 막 핀 내 인생도 벌써 끝나는가 해서. 뉴스에서 백신 접종률 나올 때마다 우울했어. 접종 완료자가 자꾸 느니까 이제 다 끝이구나... 그랬지. 근데 오미크론 나오고 돌파 감염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백신 맞아도 소용 없다는 소리가 나오니까 사실이던 아니던 쫌 마음이 놓였어. 그래도 불안해서 뉴스는 돼도록 안 보려 했어. 그리구 그냥 열심히 편의점 나가서 일했고 열심히 기도했어. 제발 코로나 없애주지 말아 주세요. 딱 이렇게만 살게 해주세요.

그런데... 지난 토요일 내 세상이 무너져 내렸어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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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속보] 5월 2일 월요일부터 '실외 마스크 해제'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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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 이제 다 끝난 거지...?

오늘 알바 가는 길에서 보니까 정말 마스크 다 뺐더라. 쫌 있으면 실내에서도 안 써도 된다고 하겠지? 그럼 나 알바 그만 두고 다시 집에만 있어야겠지?

그래서 그런데... 이 글을 읽고 있는 너희들에게 부탁 하나만 할게.

마스크 다 벗는 시대가 오고, 그때도 빨간 마스크 쓰고 다니는 여자가 보이면 힐끔힐끔 쳐다 보지 말아줄래? 그냥 너희랑 쫌 달라 보여도, 그냥 한 명의 인간으로 존중해줄래? 부탁이야. 고마워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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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2년 5월 2일에

빨간 마스크가

1 Comments
킹세희 2022.05.03 16:43  
글쓴이 첨언:



90년대에 저와 제 동네 친구들을 덜덜 떨게한 도시 괴담 <빨간 마스크>를 스핀오프로 작성해 보았는데, 이 괴담을 모르시는 분이 많은 것 같네요. ㅜㅜ 이해가 안 되었다면 더 대중적인 소재로 다가가지 않은 제 불찰입니다.



아재 개그로 ㅎㅎ 예쁘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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