이제 나가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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너무 오래 있었다고... 이제 내가 있을 곳이 아니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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못 내보내서 그런 거라고, 그래도 내가 진작에 나갔어야 한다고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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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, 나는 잉여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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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장 나이 많고, 가장 조직에 부담되는 존재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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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신입이던 시절이 있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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말랑말랑하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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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금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단히 굳어져 버렸지만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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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에겐 선배들도 있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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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나둘씩, 들어온 순서대로 떠나버렸지만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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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제, 내 차례가 온 걸까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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선배들한테 그랬듯, 위에서는 나를 계속 압박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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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가라고, 나가라고. 한시도 쉬지 않고 나를 누른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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쉴 새 없이 나를 밀어댄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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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늘이라도 나가란다. 한시 빨리 나가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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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나가는 것이 조직이 살길이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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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도 안다. 나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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젊은 애들이 계속 밀려 들어오니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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내가 있고 싶어도 있을 자리가 없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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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너무나도 두렵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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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곳을 떠난 후 맞이하게 될 바깥세상이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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온몸이 썩어간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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압박을 더는 견딜 수 없을 것 같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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더 이상은 버틸 수 없을 것 같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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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서 나는 결심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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